세키엔보다 39년 앞서, 요괴가 색채 속에 모습을 드러내다
《햐카이즈칸》은 사와키 스우시가 1737년에 그린 긴 채색 두루마리다. 후쿠오카시 박물관의 공식 해설[1]에 따르면, 권말에는 이 작품이 가노 모토노부의 원본을 옮겨 그린 것이라는 기록이 있으며 모두 30체의 요괴에 이름이 붙어 있다. 다만 이 기록만으로 지금은 전하지 않는 원본의 실제 작가까지 단정할 수는 없다.
요괴들은 하나의 사건을 연기하지 않는다. 각자의 모습을 차례로 내보이며 관람자의 시선을 기다린다. 백귀야행 그림 두루마리의 행렬과 세키엔이 만든 한 쪽 한 체의 요괴 화집 사이에 놓인 듯한 구성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림 두루마리이자 요괴 도감
그림 두루마리는 본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펼쳐 가며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보여 준다. 《햐카이즈칸》에서는 배경을 거의 비운 자리에 요괴가 한 체씩 나타나고, 곁에 각자의 이름이 적힌다. 관람자는 두루마리를 펼치면서 서로 다른 모습을 비교하고 비슷한 계통의 요괴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사와키 스우시의 《햐카이즈칸》[2]에는 긴 해설이 거의 없다. 따라서 오늘날 개별 요괴 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는 성격과 이야기를 모두 이 두루마리의 글에서 끌어낼 수는 없다. 다른 설화와 후대 연구에서 더해진 내용은 그림에 실제로 적힌 정보와 구분해야 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존재들: 미코시뉴도와 누라리횬
두루마리의 첫머리에는 미코시뉴도가 등장하고, 쇼케라, 효스베, 갓파, 누레온나, 간고지의 오니, 누라리횬이 뒤를 잇는다. 사람을 굽어보는 승려 형상의 거인, 물가의 이형, 이름만으로는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노인의 모습까지, 훗날 유명해질 요괴들이 벌써 또렷한 윤곽을 얻고 있다.
누라리횬은 후대에 ‘요괴의 총대장’으로 불리지만, 이 두루마리가 그런 지위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이 보여 주는 인물상과 나중에 붙은 성격을 나누어 읽어야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죽음과 집, 물가: 카샤에서 누리보토케까지
카샤, 우부메, 누페후호후, 오토로시, 와이라, 야마비코, 누리보토케, 오우니, 꿈의 정령이 이어진다. 시신을 빼앗는 짐승, 아이를 맡기는 여자, 절이나 집의 어둠에 숨어드는 이형, 메아리처럼 현상에 가까운 존재가 한 두루마리 안에서 함께 형체를 얻는다.
화차Kasha
우부메우부메
눗페후호후Nuppefuhofu
오토로시Otoroshi
와이라Waira
산에코Yamabiko
칠불(칠해진 부처)Nuribotoke
오우니Ōuni
꿈의 정령Yume no Seirei
색채는 털과 피부, 옷과 불꽃을 또렷하게 가르며 요괴마다 다른 질감을 만든다. 반면 배경이 적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 나타나는지는 그림만으로 알기 어렵다.
산과 집의 경계: 야마우바, 이누가미, 로쿠로쿠비
야마우바, 이누가미, 로쿠로쿠비, 야마와로, 우완, 아카시타, 우시오니, 후라리비는 산과 들, 집, 물가, 괴이한 불을 가로지른다. 두루마리 안에서는 한 세계를 함께 걷는 무리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전승이 생겨난 지역과 시대는 서로 다르다.
외눈, 눈보라, 유령, 동물의 변신
후반에는 히토츠메코조, 유키온나, 유레이, 네코마타, 야코, 가미키리가 등장한다. 사람 몸의 일부가 달라진 존재, 자연의 흰빛이 여자의 모습으로 바뀐 존재, 죽은 이, 오래 산 동물, 보이지 않는 채 머리카락을 자르는 힘이 간결한 형상으로 구별된다.
도리야마 세키엔에게 이어진 형상
1776년의 《가즈 햐키 야교》에는 《햐카이즈칸》과 이름과 모습이 겹치는 요괴가 여럿 등장한다. 세키엔은 두루마리 속 한 체 한 체를 인쇄된 책의 지면으로 옮기고 선을 다듬었으며, 다른 자료에서 가져온 요괴와 괴이한 불, 영혼도 더했다. 이는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 그림 두루마리의 형상을 출판 문화에 맞게 다시 편집한 과정이었다.
아래 목록은 박물관이 밝힌 30체의 구성을 따라 각 요괴를 한 번씩, 원작의 순서대로 정리했다. 개별 페이지에서는 두루마리에 실제로 그려진 모습과 다른 계통으로 전해진 지역 설화를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