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니누시노카미
이즈모 신화의 주신이자 인연의 신, 오쿠니누시노카미
이름이 많은 신과 지방 신앙의 집약. 기본 설명에서 오쿠니누시의 많은 별명을 살폈다면, 깊이 보아야 할 점은 그 많은 이름이 지닌 종교사적 의미이다. 오오나무치, 오오나무치노미코토, 오모노누시, 아시하라시코오, 야치호코, 우쓰시쿠니타마, 오쿠니타마 같은 이름들은 각지의 토지신, 농경신, 무신, 의약신, 뱀 신앙이 오쿠니누시라는 신격으로 흡수된 흔적으로 해석된다. 『고사기』와 『일본서기』가 편찬된 8세기 초의 율령 국가는 중앙 권력과 지방 신앙을 연결할 신화 구조가 필요했다. 그 결과 다카마가하라와 아마테라스의 천상 계통, 아시하라노나카쓰쿠니와 오쿠니누시의 지상 계통이 서로 대응하는 체계로 짜였다. 이즈모국조계 신도, 미와산 신앙, 이나바와 호키, 고시, 노토, 오미 등의 지방 신앙이 오쿠니누시에게 모이는 과정은 고대 일본의 종교, 정치, 지리가 통합되는 역사를 보여 준다.
이나바의 흰토끼, 자비와 의약의 기원. 이나바의 흰토끼는 오쿠니누시의 자비, 의약, 동물과의 소통을 상징하는 대표적 신화이다. 맑은 물로 상처를 씻고 부들 꽃가루를 묻히는 치료는 고대 약초 지식과 주술적 치료가 신화로 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토끼의 예언으로 야가미히메가 힘센 형제들이 아니라 오오나무치를 선택하는 전개는, 진정한 인연이 외모나 힘이 아니라 내면의 자비에서 맺어진다는 윤리를 보여 준다. 오늘날 이즈모 대사의 인연 신앙도 이 생각을 바탕에 둔다. 인연은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라 덕에 이끌려 맺어진다는 것이다.
네노카타스쿠니의 시련과 저승으로 내려가는 영웅. 오오나무치가 네노카타스쿠니에서 스사노오의 시련, 곧 뱀의 방, 지네와 벌의 방, 들판의 불공격을 수세리비메의 도움으로 이겨 내는 이야기는 비교신화학에서 영웅의 저승 방문, 시련 극복, 이계 여성과의 결혼이라는 넓은 유형에 들어간다. 오디세우스, 헤라클레스, 시구르드, 날라, 후예와 같은 여러 문화권의 영웅담과도 비교된다. 일본 신화의 이 변주는 아버지 신의 시험, 그 딸과의 혼인, 마지막 축복과 힘의 계승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세대 계승과 이계 사위라는 주제를 뚜렷하게 드러낸다.
스쿠나비코나와의 국토 경영, 문명의 기원 신화. 오쿠니누시와 스쿠나비코나가 함께 국토를 경영하는 이야기는 의약, 농경, 주술적 치료, 온천 같은 생활 기술의 기원 신화이다. 스쿠나비코나는 엄지손가락만큼 작은 신으로, 나방의 가죽을 입고 아시하라노나카쓰쿠니에 왔다고 전해진다. 큰 남신과 작은 남신의 짝은 여러 문화의 문명 기원 신화에서도 보이는 구조이며, 문명은 협력에서 태어난다는 상상력을 보여 준다. 스쿠나비코나가 도코요노쿠니로 떠난 뒤 오모노누시가 나타나 국토 완성을 돕는 흐름도, 세계가 한 신의 힘만이 아니라 신격의 분화와 협력으로 만들어진다는 관념을 드러낸다.
구니유즈리, 정치 통합의 종교적 표현. 나라를 넘기는 구니유즈리 신화는 고대 일본의 중앙과 지방의 정치 통합을 신화로 표현한 이야기이다. 다카마가하라의 압력, 오쿠니누시의 승낙, 이즈모 대사의 조영, 보이지 않는 세계의 주인으로 물러남이라는 전개는 이즈모의 독자적인 종교 문화가 율령 중앙 질서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반영한다. 다케미카즈치와 다케미나카타의 힘겨루기는 스와 신앙과 무신 신앙의 기원 신화로도 중요하며, 지방 신앙이 중앙 신화 체계에 포섭되는 모습을 겹겹이 보여 준다. 고대 이즈모 대사의 48미터 또는 96미터 거대 사전 전승은 나라를 넘긴 대가로 받은 파격적인 제사의 우대를 상징한다.
이즈모 대사와 가미아리즈키 신앙. 이즈모 대사, 곧 기즈키 대사는 이세 신궁과 함께 고대 신도의 큰 성지로 꼽히며, 오쿠니누시를 주제신으로 모신다. 음력 10월은 이즈모에서는 가미아리즈키, 다른 지역에서는 간나즈키이다. 전국의 신들이 이즈모에 모여 인연, 운명, 인간사를 의논한다는 믿음은 오늘날의 가미아리 축제로 이어진다. 이 의례적 상상력이 오쿠니누시를 인연과 운명의 신으로 지탱한다. 이즈모에는 신이 있고 다른 곳에는 신이 없다는 달 이름의 차이 자체가 고대 일본의 종교 지리를 보존하고 있다.
다이코쿠텐 습합과 칠복신 신앙. 중세 이후 오쿠니누시는 불교의 마하칼라인 다이코쿠텐과 합쳐졌다. 대국과 대흑이 모두 다이코쿠로 읽히는 소리가 두 신을 연결했고, 땅을 만들고 병을 고치며 인연을 잇는 신은 근세 다이코쿠텐의 상업과 재복의 힘까지 받아들였다. 에도 시대 칠복신 신앙이 퍼지면서 오쿠니누시는 다이코쿠사마의 모습으로 서민 생활에 들어갔고, 장사 번창과 재물, 풍요의 신이 되었다. 벤자이텐과 다른 복신들과 나란히 보면, 고대 신화와 에도 도시 신앙, 현대의 종교 관광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잘 드러난다.
21세기의 오쿠니누시, 인연과 이즈모 브랜드. 오늘날 오쿠니누시는 이즈모 대사의 주신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인연의 신으로 여전히 많은 참배객을 모은다. 인연, 치유, 나라 만들기, 상업, 운명이라는 여러 속성은 현대의 결혼, 인생 선택, 사업, 점복, 여행 문화 속에서도 살아 있다. 이 모든 층위가 오늘날의 이즈모 이미지를 만든다. 게임 『오카미』, 만화 『귀멸의 칼날』 같은 현대 작품도 이즈모 신화의 기호를 반복해서 다시 빚는다. 오쿠니누시는 고대 신격이 현대에도 이야기되고, 찾아가고, 새롭게 소비되는 대표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