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야마 세키엔의 『백기도연대』에 그려진 경문 요괴. 낡은 경권에 혼이 깃들어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움직이는 존재로 여겨진다. 유래는 『태평기』에 전하는 사이데라의 수빈과 도지의 구카이의 법력 겨루기 일화와 관련되며, 쓰임을 다해 버려진 경전의 원념이 형상을 얻었다고 세키엔은 시사한다. 무로마치기의 『백귀야행 그림두루마리』에 보이는 경을 감은 새 모양 상과의 도상적 연관이 지적된다.
민화・전승
확실한 지역 전승은 드물지만, 오래된 경전을 함부로 대하면 화를 입는다는 믿음은 각지에 전하며, 경권을 정결히 보관하고 납경·공양하는 예법이 중시되었다. 세키엔은 『태평기』의 수빈 실세담을 바탕으로 패자에게서 유래한 유물이 괴이화된다는 민속적 관념을 도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백귀야행 그림두루마리』의 새 머리 상은 머리에 경을 두르는 의장을 공유해 후대 해석에 영향을 주었다.
석연의 화풍을 바탕으로, 해어진 경권이 스스로 말리고 풀리며 끝이 사지처럼 움직이는 존재로 그려진다. 소리 없이 다가와 독송 소리에 반응해 흔들린다. 유서 깊은 경전을 찢거나 밟는 등 불경이 있으면, 깊은 밤 종이 스치는 소리와 미묘한 독경이 울리고 등불 그림자에 경문이 떠다닌다고 전한다. 반대로 경을 정결히 모시면 가라앉아 서재의 먼지를 털어내는 등 무해하게 머문다고도 한다. 근세의 서책 신앙과 쓰구모가미 관념이 교차한 상이며, 『백귀야행도』의 새부리 형상과의 연상은 말을 운반하는 ‘부리’의 주술적 상징성과 통한다고 이해되나, 구체적 전승지나 인명은 사료 외에는 불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