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gutsuchi
죽음과 재생을 낳는 불의 신
히노카구츠치노카미(불의 신 가구츠치)는 불을 인격화한 신으로, 탄생 자체가 죽음과 재생을 일으키는 격렬한 신격이다. 『고사기』에서는 이자나미가 불의 신 가구츠치를 낳다가 음부에 화상을 입어 죽게 되고, 분노한 이자나기가 가구츠치를 벤다. 그때 흘린 피와 베어진 신체 부위에서 또 다른 많은 신들이 태어난다. 불은 생활에 불가결하지만, 출산의 장에서는 모신(母神)을 죽음으로 이끌 만큼 위험하기도 하다. 이 양면성이 가구츠치를 단순한 불의 신이 아니라 신화의 전환점으로 만든다.
『일본서기』에도 불의 신 탄생과 이자나미의 죽음에 이르는 이전(異傳)이 있으며, 기기신화 전체에서 불은 창조의 끝과 황천의 시작을 잇는 힘으로 다루어진다. 가구츠치 이후에는 황천국 방문, 미소기(목욕 재계), 삼귀자(세 귀한 아이) 탄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즉 불의 신은 국생기(나라 낳기)의 질서를 일단 파괴하고 죽음, 부정(穢れ), 정화, 태양신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연쇄를 여는 존재이다. 요괴 도감에서는 신격으로 다루지만, 재앙의 신, 화방(불조심) 신앙, 산악 신앙과의 접점도 강하다.
후세의 신앙에서 가구츠치는 호무스비노카미 등의 이름으로 화방(火伏せ) 및 방화의 신으로 모셔진다. 교토 아타고산의 아타고 신앙이나 아키하산 혼구 아키하 신사로 대표되는 아키하 신앙은, 불을 두려워하면서도 불로부터 지켜주기를 바라는 민간 신앙의 큰 기둥이다. 불을 낳는 신이 불을 진압하는 신이 되는 것은 모순이 아니다. 통제할 수 없는 힘을 그 힘 자체의 신격에게 맡기는 점에 일본의 불 신앙의 깊이가 있다.
가까운 불의 괴이들과 비교하면 가구츠치는 규모가 전혀 다르다. 여우불이나 시라누이가 사람의 눈에 비치는 괴화(怪火)라면, 가구츠치는 신화 세계의 구조를 바꾸는 불이다. 불을 보는 괴담이 아니라, 불에 의해 죽은 자의 나라, 미소기, 태양신 탄생이 연속해서 열린다. 거기에 신격으로서의 높은 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