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전승은 동아시아 전역에 널리 퍼져 있으며, 중국의 ‘달기’나 인도의 ‘화양부인’ 등 외래 기원 이야기와도 맞물린다. 일본에는 나라 시대 이후 그 관념이 전해졌고, 헤이안기에 도바인의 총희 ‘다마모노마에’가 정체를 드러낸 구미호로 이야기된다. 다마모노마에는 나라를 기울게 한 요호로 여겨져 끝내 나스노가하라에서 토벌되었고, 그 사체는 ‘살생석’이 되어 독기를 내뿜었다고 한다. 한편 이나리 신의 신사로서의 백호 신앙과도 뒤섞여 선악 양면의 성격을 띤다. 지역에 따라 사람을 돕고 은혜를 갚는 구미호 이야기도 전해져, 단지 사악한 요괴에 그치지 않고 공포와 존숭의 대상로서 신앙·문학·미술 속에 뿌리내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