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카 고젠(鈴鹿御前)은 이세국과 오미국의 경계에 있는 스즈카 산과 스즈카 고개에 사는 여신, 선녀, 여도적, 귀녀로 이야기되는 경계의 여성령이다. 스즈카 히메, 스즈카 대명신, 스즈카 곤겐, 스즈카 신녀라고도 불리며, 후세에는 스즈카 산의 다테에보시와 동일시되었다. 무로마치 시대 이후의 타무라 이야기에서는 사카노우에노 타무라마로를 모델로 한 타무라마루와 맺어져 오타케마루 등의 귀신 퇴치를 돕는 존재가 된다. 하지만 그녀는 영웅에게 구출되기만 하는 공주가 아니다. 고개를 지키는 신, 나그네를 위협했던 도적의 기억, 하늘에서 내려온 여신의 영위를 한 몸에 두르고, 산의 귀신을 이기기 위한 계책을 타무라마루에게 전수한다. 스즈카 고젠이란 도읍과 동국, 신과 귀신, 수호와 반역의 사이에 서 있는 스즈카 고개 그 자체의 인격화이다[1][2].
민화・전승
스즈카 고젠의 오래된 층위에는 스즈카 산의 신인 스즈카 히메에 대한 신앙이 있다. 스즈카 고개는 이세국과 오미국의 경계에 위치하여 도읍에서 이세와 동국으로 향하는 교통의 요충지였다. 사이오의 행렬, 스즈카의 목욕재계, 고개를 넘는 나그네의 기도, 스즈카 신사와 타무라 신사의 신앙이 겹쳐지면서 스즈카 히메는 길의 재난을 막아주는 신으로 모셔졌다. 거울 바위나 고개 신 제사의 기억을 포함하여, 이곳의 스즈카 고젠은 산속에 사는 요괴가 아니라 경계를 진압하는 여신에 가깝다[1][3].
한편, 스즈카 산에는 도적의 기억도 얽혀 있다. 『보물집』이나 『호겐 이야기』 등의 설화와 군기물에서는 스즈카 산의 다테에보시가 도적으로 이야기되며, 점차 여도적의 이미지가 짙어진다. 후대의 이야기에서는 이 다테에보시가 스즈카 히메 및 스즈카 고젠과 결합하여, 신이면서 귀녀이고 선녀이면서 도적인 양면적인 모습을 띠게 된다. 스즈카 고젠의 매력은 이 모순에 있다. 그녀는 청초한 수호신으로서만이 아니라, 고개의 위험, 권력의 바깥, 남자의 무용만으로는 제어할 수 없는 산의 힘으로서 나타난다[3][4].
『스즈카의 초자(鈴鹿の草子)』와 『타무라의 초자(田村の草子)』 계통의 이야기에서 스즈카 고젠은 타무라마루의 이야기에 깊이 개입한다. 고사본 계통에서는 스즈카 산 이케나카 미시마에 저택을 둔 여도적 다테에보시가 아쿠로오의 아내이면서도, 토벌하러 온 타무라 고로 토시나리와 화살 편지를 주고받으며 계략으로 아쿠로오를 베게 하고 타무라와 맺어진다. 유포본 계통에서는 선녀로서 지상에 내려와 타무라마루를 돕기 위해 나타나 오타케마루 퇴치의 열쇠를 쥔다. 어느 계통에서든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그녀의 지략이다. 타무라마루가 영웅이라 하더라도 스즈카 산의 내부를 아는 스즈카 고젠 없이는 귀신에게 닿지 못한다[2][4].
오쿠조루리 『타무라 3대기』 등으로 타무라 이야기가 도호쿠 지방으로 퍼지면서 스즈카 고젠 역시 이야기와 함께 이동한다. 오타케마루, 아쿠로오, 오오타케마루와 같은 귀신이 지역의 신사 및 사찰 연기에 편입되는 가운데, 스즈카 고젠은 타무라마루의 아내, 조언자, 아이를 낳는 여성, 때로는 산의 영위 그 자체로 이야기되었다. 그녀를 하나의 정체성으로 고정하면 전승의 두께는 사라진다. 스즈카 고젠은 여신, 선녀, 귀녀, 여도적, 아내, 군사가 겹쳐진 존재이며, 그 겹침이야말로 스즈카 고개의 신앙과 타무라 이야기를 잇는 핵심인 것이다[3].
이 판본의 스즈카 고젠은 타무라마루의 옆에 놓이는 조연이 아니라, 스즈카 고개의 영위를 짊어진 주역으로 다뤄진다. 그녀의 본질은 여신이냐 귀녀냐, 선녀냐 도적이냐 하는 양자택일이 아니다. 도읍에서 동국으로 향하는 고개에서는 여행자를 지키는 신과 여행자를 덮치는 위험이 같은 산에 머문다. 스즈카 고젠은 그 이면성을 짊어지는 존재이며, 그렇기 때문에 오타케마루 퇴치 이야기에서는 외부에서 온 타무라마루에게 산 내부의 이치를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다.
타무라 이야기의 구조로 보면, 스즈카 고젠은 승리의 열쇠이다. 타무라마루가 무력과 신불의 가호를 가진 영웅이라면, 스즈카 고젠은 산의 정보, 귀신의 심리, 경계를 건너는 술법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있음으로써 귀신 퇴치는 단순한 정벌이 아니라 고개의 신령을 내 편으로 만들어 산을 진정시키는 이야기로 바뀐다. 오타케마루와 대칭을 이룸으로써 스즈카 고젠은 '쓰러지는 마(魔)'가 아니라 '마를 알고, 마를 넘어서기 위한 지혜'로서 일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