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녀는 물과 깊이 이어진 용이 여인의 모습을 취한 존재다. 강과 호수, 샘과 바닷가에서 아름다운 낯선 여자로 나타난다고 하며, 사람을 구하거나 선물을 주는 이야기도 있고 두려운 재앙을 내리는 이야기도 있다. 날씨와 강이나 저수지의 수량을 좌우하기 때문에 비를 청하거나 오래 내리는 비를 멈추게 해 달라는 기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용녀는 사람과 용의 모습을 오간다. 남몰래 돋은 비늘과 발톱의 흔적, 기묘한 향기, 좀처럼 마르지 않는 옷자락이 정체를 드러내는 단서가 된다고 한다.
민화・전승
사찰의 창건 설화와 불교 이야기에는 불법을 공경하는 사람을 돕고 보주나 보물을 건네는 용녀가 등장한다. 마을 전승에서는 한 남자가 물가에서 만난 여자와 인연을 맺은 뒤에야 그녀가 용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줄거리가 자주 보인다. 강을 다스리는 신의 딸이 제방을 지켜 주는 대가로 금기를 요구하기도 하고, 기우 의식에 응답해 필요한 비를 내려 주기도 한다.
용녀는 특정 지역에만 속한 하나의 고유한 존재가 아니다. 전승마다 이름과 세부는 다르지만, 물가에서의 만남과 지켜야 할 약속, 약속을 지켰을 때 얻는 은혜, 경계를 넘거나 금기를 어겼을 때 돌아오는 벌이 되풀이된다. 물이 생명을 기르면서도 한순간에 마을을 삼킬 수 있다는 양면성이 여인의 모습 안에 담겨 있다.
이 모습은 물가에서 여행자나 어부에게 다가오는 용녀 전승을 한데 모은 것이다. 처음에는 인간 여자의 모습으로 말을 걸고 공물이나 약속을 요구한다. 맺은 약속이 지켜지면 홍수를 막고 물고기 떼를 불러 주지만, 깨뜨리면 흙탕물과 거센 바람으로 응징한다.
용녀는 신이나 불교와 대립하는 괴물이 아니다. 비를 청하는 의식에서는 용신으로 예우받기도 한다. 여인과 용의 모습을 자유롭게 오가지만 몸에는 정체를 짐작하게 하는 흔적이 남는다. 비늘과 발톱 자국, 세상 것 같지 않은 향기, 늘 젖어 있는 듯한 옷의 감촉이 그런 단서다.
용녀는 한 지역에 속한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본 여러 물가 이야기에서 공유되는 유형이다. 잔잔할 때에는 생명을 길러 주고 분노하면 제방을 무너뜨리는 물의 두 성질이 한 여인의 모습에 모여 있다. 그녀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힘으로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물을 존중하고 그 가장자리에서 맺은 약속을 지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