ほあかりのみこと
폭풍을 부르는 아라미코, 호아카리
하리마의 호아카리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의 신이라기보다, 땅의 이름을 거칠게 낳는 어자신(御子神)이다. 『하리마국 풍토기』 시카마군에서 호아카리는 오나무치노 미코토의 아들로 이야기된다. 성정이 너무 강하여 아버지를 괴롭게 할 정도였기에, 오나무치는 이다테노카미야마에 이르러 물을 길어오게 한 틈을 타 배를 띄운다. 물을 가지고 돌아온 호아카리는 아버지가 자신을 버려두고 떠났음을 알고 분노로 풍랑을 일으켰다.
이 버림받는 장면에서 '물을 길으러 간다'는 온건한 심부름은 부자의 단절을 숨기는 책략이 된다. 산에서 물을 얻는 것, 바다로 배를 띄우는 것, 돌아온 아들이 해상의 아버지를 발견하는 것이 하나로 이어지며, 호아카리의 분노는 산과 바다를 넘나드는 힘으로 분출된다. 풍토기의 지명 설화에서 신의 감정은 내면에 머물지 않는다. 분노는 날씨가 되고 파도가 되어 배를 부수는 물리적인 사건이 되어, 훗날 땅의 이름을 준비한다.
이 장면의 힘은 부모와 자식의 다툼이 단순한 일화로 끝나지 않는 데 있다. 호아카리의 분노는 해상의 폭풍이 되어 오나무치의 배를 부수고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배가 부서지고 싣고 있던 물건들이 흩어지자, 그것들은 히메지 주변의 언덕 이름으로 바뀐다. 배가 떨어진 곳은 후나오카(船丘), 파도가 인 곳은 나미오카(波丘), 거문고는 고토가미오카(琴神丘), 상자는 하코오카(箱丘), 키는 미카타오카(箕形丘), 항아리는 미카오카(甕丘), 벼는 이나무레오카(稲牟礼丘), 투구는 가부토오카(冑丘)가 되는 식으로, 거칠어진 바다의 한순간이 지명의 연쇄로 고정된다. 물건이 떨어졌기에 이름이 생겨났다는 단순한 구조의 반복이 오히려 고대의 토지 기억의 강렬함을 전한다.
그중에서도 누에가 떨어진 히메미치오카는 히메야마, 나아가 히메지라는 이름으로 이어지는 장소로서 묵직하다. 히메지성이 세워진 히메야마는 후세에 성곽과 정치 도시의 중심지로 알려지지만, 풍토기적인 상상력 속에서는 우선 배에서 떨어진 누에의 기억을 띤 언덕이다. 단고의 히코호아카리가 양잠을 널리 알린 신으로 전해지는 반면, 하리마의 호아카리는 배에서 떨어진 누에로 인해 히메미치오카를 낳는다. 두 전승 모두 호아카리와 누에, 토지, 개척의 기억이 다른 형태로 남아 있다.
열네 언덕의 연쇄는 호아카리를 단순한 폭풍우 신으로 놔두지 않는다. 분노에 의해 배는 부서지지만 그 파편이나 짐은 무질서하게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덕의 이름으로서 배치된다. 거문고, 상자, 키, 항아리, 벼, 투구, 밧줄, 사슴, 개, 누에라는 생활·제사·군장·동물품들이 땅으로 가라앉아 히메지 주변의 경관을 읽는 기호가 된다. 품목이 세세하게 열거될수록 이야기는 신화이면서도 독자의 눈을 실제 언덕과 길로 향하게 하는 지지(地誌)에 가까워진다. 난폭한 어자신의 행위는 파괴임과 동시에 땅에 의미를 새기는 창생이기도 하다.
이 난폭한 아라미코는 질서를 온화하게 내려주는 신이 아니다. 버림받은 분노, 아버지를 거역하는 반발, 배를 부수는 풍랑에 의해 땅에 이름을 새긴다. 그러므로 하리마의 호아카리는 파괴신이라기보다 감정의 폭발이 지형과 기억을 낳는 신이다. 천손 계보의 호아카리가 하늘의 빛을 띤다면, 하리마의 호아카리는 그 빛이 지상에서 거칠어져 언덕과 지명에 아로새겨진 모습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