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마을’은 인간 세상과 떨어진 산골·계곡 깊숙한 곳에 있어 눈에 띄기 어려운 집락·경계를 가리키는 관념으로, 요괴적 존재처럼 도상화된 명칭이다. 토리야마 세키엔의 『금석백기습유』 그림에는 ‘숨은 마을’의 발(노렌)이 걸리고 복을 부르는 쥐와 금화가 배치된다. 인간의 인연이 옅어질 때 문득 나타나 때로는 재물과 음식을 베풀고, 때로는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결계의 상징으로 그려진다.
민화・전승
일본 각지의 산과 골짜기에는 외부인이 길을 잃고 들어가면 풍성한 대접을 받지만 돌아서면 길이 다시 닫힌다는 ‘숨은 마을’ 설화가 전한다. 다녀온 이가 선물을 가져오면 다음 날 낙엽이나 돌로 변하는 사례, 반대로 삼가고 겸손한 손님에게는 복이 이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땅속에서 쥐가 재물을 가져온다는 ‘쥐 정토’ 유형과도 연상적으로 이어진다.
도리야마 세키엔 『금석백귀습유』의 ‘카쿠레자토’ 해석을 바탕으로 한 버전. 화면 오른쪽 아래의 쥐와 코분은 지하의 쥐가 복재를 운반한다는 설화(이른바 쥐 정토담)를 상기시키며, 마을과 명부·지하 세계의 연계를 시사한다. 노렌에 ‘가쿠레자토’라 걸어 일상이 이어지다 문득 입을 여는 경계임을 드러낸다. 은리지는 특정 개별 요괴가 아니라 경계 자체가 의지를 지닌 듯 작동하는 존재로, 길잃음, 시간의 어긋남, 복의 부여, 현현과 소멸을 반복한다. 들어온 이의 언행과 욕심에 따라 후한 대접부터 재화의 변질(木葉化)까지 결과가 달라지는 점이 특징이며, 산중 이계담과 타계관과 울림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