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겐비는 교토 미부데라의 승려와 연결된 괴화로, 도리야마 세키엔의 《가즈 햐키 야교》에 그려져 있다. 불덩이 속에서 고통스러운 승려의 얼굴이 떠오르며, 이야기의 주인공인 소겐의 이름을 따 ‘소겐의 불’이라고도 한다. 도리야마 세키엔의 《가즈 햐키 야교》[1]는 이 불을 정체 모를 빛으로 남겨 두지 않고 사람의 얼굴을 품은 불꽃으로 만들었다. 전승에 따르면 미부데라 지장당에서 일하던 소겐은 절의 등유와 공물을 훔쳤고, 죽은 뒤 벌을 받아 도깨비불이 되었다. 《신 오토기 보코》를 포함한 《에도 괴담집》[2] 계통에서도 소겐비는 자연 현상이 아니라 사찰의 등불을 더럽힌 죄가 불이 되어 돌아온 모습으로 읽힌다. 원령과 불꽃, 절의 경내가 한데 겹친 교토의 괴이다.
민화・전승
오늘날 가장 널리 알려진 소겐비의 모습은 도리야마 세키엔의 《가즈 햐키 야교》를 통해 굳어졌다. 세키엔은 옛이야기와 지명, 말놀이를 한 장의 그림 안에 자주 엮었다. 소겐비에서는 불꽃 속에 사람 얼굴을 넣어, 이 괴화가 누군가의 마지막 모습임을 한눈에 알게 한다.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이미지 뱅크의 세키엔 해설[3]도 1776년에 나온 《가즈 햐키 야교》가 그의 백귀 시리즈 첫 책이며 근세 요괴 도상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음을 보여 준다.
이야기의 뿌리는 교토 미부데라에 전하는 승려 소겐의 인과응보담이다. 미부데라는 991년에 세워진 율종 사찰로 지장 신앙과 세쓰분 행사로 알려져 있다. 미부데라의 공식 역사[4]에 따르면, 이 절은 오래전부터 액막이와 지장 신앙을 바라는 이들이 찾는 곳이었다. 소겐비 전승은 그 등불의 뜻을 뒤집는다. 기도를 위해 마련한 등유와 공물을 승려가 훔치자, 죽은 뒤 그 빛이 도리어 소겐을 태워 그 자신을 불로 만든다.
일본의 괴화 가운데 소겐비는 우바가비와 가젠보에 가깝다. 우바가비는 신사의 기름을 훔친 노파가 남긴 저주의 불이고, 가젠보는 교토의 장지에서 성불하지 못한 승려의 영혼 불이다. 소겐비는 두 이야기의 특징을 함께 지니며 등유 절도, 타락한 승려, 사찰이라는 장소, 사후의 벌을 하나로 잇는다. 근현대 요괴 사전[5]을 참고할 때도 일반적인 불덩이와 구별해야 한다. 소겐비는 미부데라의 승려 소겐이라는 이름을 지닌 영혼의 불이다.
소겐비의 공포는 갑자기 불이 난다는 데 있지 않다. 부처 앞의 불을 훔친 사람이 끝내 불 그 자체가 된다는 데 있다. 사찰의 등불은 불전을 비추고 산 자가 죽은 이를 위해 올리는 기도를 이어 준다. 그 등유와 공물을 사욕으로 훔치는 일은 물건 몇 가지를 가져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기도의 자리에서 빛을 빼앗는 죄가 된다. 소겐비는 그렇게 훔친 빛이 소겐에게 되돌아와 그의 얼굴을 태우며 밤을 떠도는 모습이다.
세키엔은 불덩이를 익명의 괴이로 남겨 두지 않았다. 《가즈 햐키 야교》의 소겐비[1]는 불꽃 속에 얼굴을 넣어 보는 이에게 ‘이것은 누구의 불인가’라고 묻는다. 기츠네비나 시라누이처럼 멀리 보이는 빛이 아니라 죄인의 얼굴이 불 안에 갇혀 있다. 그래서 소겐비는 자연 현상형 괴화보다 원령에 가깝고, 사람의 얼굴을 끝내 잃지 못한 유령이기도 하다.
미부데라는 이 괴담에서 떼어 낼 수 없는 장소다. 오늘날에는 신센구미와 미부 교겐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소겐비 이야기에서는 지장당과 등불, 사찰의 규율이 앞에 선다. 산이나 바다를 떠도는 불과 달리 소겐비는 절 안의 신뢰를 저버린 데서 생겼다. 공동체의 믿음을 배신한 소겐은 죽어서도 미부데라 주변을 벗어나지 못한다.
다른 괴화와 비교하면 세 갈래의 연결이 보인다. 소겐비는 가젠보와 마찬가지로 교토 승려의 영혼 불이며, 우바가비처럼 등유를 훔친 죄가 불이 된다. 또 원령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죽은 이의 풀리지 않은 상태가 재앙이나 괴이로 남는다. 이 세 갈래가 만나는 곳에서 소겐비는 단순히 불타는 요괴가 아니라 사찰과 죄, 사후의 벌을 한데 묶은 짧고 강한 교토 괴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