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겐비
소겐비
미부데라의 악승이 타오르는 원한의 불, 소겐비
소겐비의 공포는 갑자기 불이 난다는 데 있지 않다. 부처 앞의 불을 훔친 사람이 끝내 불 그 자체가 된다는 데 있다. 사찰의 등불은 불전을 비추고 산 자가 죽은 이를 위해 올리는 기도를 이어 준다. 그 등유와 공물을 사욕으로 훔치는 일은 물건 몇 가지를 가져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기도의 자리에서 빛을 빼앗는 죄가 된다. 소겐비는 그렇게 훔친 빛이 소겐에게 되돌아와 그의 얼굴을 태우며 밤을 떠도는 모습이다. 세키엔은 불덩이를 익명의 괴이로 남겨 두지 않았다. 《가즈 햐키 야교》의 소겐비는 불꽃 속에 얼굴을 넣어 보는 이에게 ‘이것은 누구의 불인가’라고 묻는다. 기츠네비나 시라누이처럼 멀리 보이는 빛이 아니라 죄인의 얼굴이 불 안에 갇혀 있다. 그래서 소겐비는 자연 현상형 괴화보다 원령에 가깝고, 사람의 얼굴을 끝내 잃지 못한 유령이기도 하다. 미부데라는 이 괴담에서 떼어 낼 수 없는 장소다. 오늘날에는 신센구미와 미부 교겐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소겐비 이야기에서는 지장당과 등불, 사찰의 규율이 앞에 선다. 산이나 바다를 떠도는 불과 달리 소겐비는 절 안의 신뢰를 저버린 데서 생겼다. 공동체의 믿음을 배신한 소겐은 죽어서도 미부데라 주변을 벗어나지 못한다. 다른 괴화와 비교하면 세 갈래의 연결이 보인다. 소겐비는 가젠보와 마찬가지로 교토 승려의 영혼 불이며, 우바가비처럼 등유를 훔친 죄가 불이 된다. 또 원령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죽은 이의 풀리지 않은 상태가 재앙이나 괴이로 남는다. 이 세 갈래가 만나는 곳에서 소겐비는 단순히 불타는 요괴가 아니라 사찰과 죄, 사후의 벌을 한데 묶은 짧고 강한 교토 괴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