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단
Kudan
우지노코·탁생 예언판
이 우지노코·탁생 예언판은 인우의 뒤섞인 얼굴로 태어나 소 어미의 태에서 나오자마자 사람 말을 쓰며 스스로의 이름을 쿠단이라 부르게 한다. 출현은 인가의 외양간이나 산기슭 방목장에 한정되어 들에 홀연히 나타나는 형과 구별된다. 얼굴은 젊은 여인의 면상에서 수척한 노인의 면상까지 폭이 있으나, 공통으로 눈동자는 촉촉하고 크게 뜨지 않은 채 듣는 이의 가슴을 꿰뚫듯 머문다. 첫울음 대신 짧은 탄식을 내쉬고 먼저 어미 소를 도살하지 말라 타이르는 것이 상례이며, 이어 7년가량의 풍년과 가내 번창 혹은 유행병의 퇴산을 알리고, 여덟째 해에는 병란과 흉변의 그림자가 미친다고 단언한다. 말미에는 스스로 단명을 담담히 밝혀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숨을 거둔다고 전한다. 시신은 흙에 얕게 묻으면 화를 막고, 구경거리로 삼으면 가문에 그늘이 드리운다 경계한다. 다만 호사가에 의해 박제나 그림상으로 남기는 예도 예로부터 있으며, 가와라반과 기록서에 그 형상을 옮기는 것은 오히려 호부의 구실을 한다고 용인된다. 탁생 예언판의 말은 작황과 역병의 유행, 가뭄, 전운 같은 광역의 사안으로 한정되며, 개인의 길흉을 묻는다면 침묵한다. 이는 말의 무게를 더럽히지 않기 위함이고, 공연한 점복과 동렬이 되지 않도록 듣는 이의 분별을 가늠하는 작법이기도 하다. 예언이 참이 될수록 어미 소는 이듬해 이후에도 건전히 지내고, 집안의 우마는 재화를 만나기 어렵다고 전한다. 반면 탁생의 때를 농으로 여기며 소란을 피우면, 쿠단은 혀를 깨물어 피를 배게 하고 말을 닫는다고 한다. 형상을 그림에 옮길 때는 뿔은 짧고 목은 굵으며, 몸통은 송아지의 둥근 선을 남긴다. 다리는 넷, 꼬리는 짚새끼처럼 가늘고 길며, 발굽은 작다. 이마에 소용돌이 털이 하나 있어 그곳에 먹도장을 찍어 집안에 걸면 7년 동안 화재와 도난을 피한다 믿었다. 태어난 뒤 사흘까지는 한밤에 한 차례 밖을 보고자 한다. 달 뜰 무렵에 뒷문을 조금 열고 북동을 향하게 하면 말이 흐려지지 않고 전해진다는 구전이 있다. 쿠단은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지 않고 다만 세상의 변화를 먼저 아는 몸이라 일컫는다. 그러므로 공물은 검소한 것이 좋으며, 소금 한 줌과 맑은 물 한 사발이면 족하다. 사후에는 짚자리에 싸서 외양간 한켠이나 논두렁의 높은 곳에 묻는다. 비에 젖지 않도록 삿갓을 엎어 두면 집안에 곡식의 운이 남는다고 한다. 주된 전승지는 바닷가의 관문 고을과 산기슭 약초꾼 길목 근방으로, 나그네가 뒤섞이는 경계의 마을일수록 출현이 잦다. 이는 세상의 기운이 모여들어 쿠단이 그것을 읽기 쉬운 까닭이라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