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카리노 미코토(火明命)는 천손 계보에 놓이는 아마쓰카미로, 단고에서는 개척과 농상을 가져온 조상신으로, 하리마에서는 아버지를 거역하고 폭풍을 일으키는 난폭한 어자신(御子神)으로 이야기된다. 『고지키(古事記)』 천손강림 대목에서는 아메노오시호미미가 다카기노카미의 딸 요로즈하타토요아키쓰시히메와 맺어져 낳은 두 신 중, 먼저 아메노호노아카리[1]가, 이어서 히코호노니니기노 미코토가 거론된다.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의 핏줄과 다카미무스비노 카미의 혈통을 잇는 이러한 위치는 호아카리를 천손강림 직전에 나타나는 '빛의 신'으로 읽히게 한다. 단고 이치노미야(一宮) 고노 신사의 유서에서는 주 제신을 히코호아카리노 미코토[2]라 하고, 별명을 아마테라스쿠니테루히코호아카리노 미코토라 하여 천손 니니기노 미코토의 형제신이라 기록한다. 나아가 천조(天祖)로부터 오키쓰카가미와 헤쓰카가미를 받아 간무리지마에 강림하여 단고와 단바에 양잠과 벼농사를 널리 전한 신으로 전한다. 한편, 『하리마국 풍토기』 시카마군 편에서는 호아카리가 오나무치노 미코토의 아들[3]로 등장하여, 이다테노카미야마에서 버림받은 분노로 풍랑을 일으켜 아버지의 배를 뒤집는다. 흩어진 뱃구실과 짐은 히메지 주변 언덕의 이름이 되었고, 누에가 떨어진 곳은 히메미치오카(日女道丘), 곧 히메야마의 이름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을 무리하게 하나의 직선적인 계보로 밀어넣지 않는 것이다. 고지키의 아메노호노아카리, 고노 신사의 히코호아카리, 하리마의 호아카리는 같은 신명을 공유하면서도 각각 천상의 빛, 해상 강림과 농상, 분노에 의한 지명 창생을 담당한다. 호아카리를 단 하나의 유서에만 가두면 그 모습은 도리어 얇아진다. 천상의 빛, 단고의 농상, 하리마의 폭풍이 겹쳐질 때 비로소 이 신명이 고대 일본 각지에서 짊어졌던 두께가 드러난다.
민화・전승
호아카리를 읽을 때 먼저 주의할 점은 '호아카리', '아메노호노아카리', '히코호아카리'가 항상 완전히 동일한 이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고지키』에서는 천손강림 직전,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와 다카기노카미가 아메노오시호미미에게 아시하라노나카쓰쿠니를 다스리라고 명하는 장면에서, 아메노오시호미미는 준비하는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으니 그 아이를 내려보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아이들이 요로즈하타토요아키쓰시히메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메노호노아카리와 히코호노니니기노 미코토[1]이다. 실제로 다카마가하라에서 내려가는 것은 니니기이지만, 호아카리가 이 장면에서 먼저 언급됨으로써 천손 계보의 조역이 아니라 강림의 분기점에 서는 신으로서 윤곽을 얻는다.
단고의 전승에서 호아카리의 모습은 땅에 한층 가까워진다. 단고 이치노미야 고노 신사는 주 제신을 히코호아카리라 하고 그 별명을 아마테라스쿠니테루히코호아카리노 미코토[2]라 전한다. 유서에서는 이 신을 천손 니니기의 형제신으로 삼고, 천조로부터 오키쓰카가미와 헤쓰카가미[2]를 받아 바다의 오쿠미야(奥宮)인 간무리지마[2]에 강림한 신으로 여긴다. 그곳에서 호아카리는 단순히 천상의 핏줄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단고, 단바에 양잠과 벼농사를 전파한 개척의 신으로 기억된다. 빛의 신명은 해상 강림, 거울, 농상, 벼농사와 결부되어 지역 조상신으로서의 구체성을 띤다.
이에 반해 하리마국 풍토기의 호아카리는 전혀 다른 온도를 지닌다. 시카마군의 지명 기원담에서 호아카리는 오나무치노 미코토[3]의 아들로, 성정이 강하여 아버지 신을 괴롭게 하는 어자신으로 등장한다. 오나무치는 이다테노카미야마에서 물을 길어오게 하고, 그 틈에 배를 띄워 달아나려 한다. 버림받은 것을 안 호아카리는 분노하여 풍랑을 일으켜[3] 아버지의 배를 쫓고 배를 부수어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이 폭풍은 단순한 파괴로 끝나지 않는다. 배에서 흩어진 거문고, 상자, 키, 항아리, 벼, 투구, 밧줄, 사슴, 개, 누에 등이 각각 언덕의 이름으로 정착하여 하리마의 지명을 설명하는 이야기로 바뀐다.
특히 중요한 곳이 누에가 떨어졌다고 전해지는 히메미치오카(日女道丘)[3]이다. 히메미치오카는 히메야마, 나아가 히메지라는 지명의 유래로 이어지며, 호아카리의 분노는 성하정(城下町)의 핵심을 이루는 지명 기억에도 닿아 있다. 단고에서는 양잠을 전파한 신, 하리마에서는 누에가 떨어짐으로써 히메미치오카를 낳은 신으로 나타난다는 점도 흥미롭다. 여기에 있는 것은 단순한 '같은 신인가 다른 신인가' 하는 정리가 아니라 불, 빛, 누에, 벼, 배, 폭풍, 언덕과 같은 요소들이 지역마다 다른 화법으로 다시 엮여가는 고대 신화의 움직임이다.
따라서 호아카리는 천손강림의 계보로만 읽으면 얄팍해지고, 하리마의 난폭한 신으로만 읽으면 좁아진다. 아메노오시호미미와 요로즈하타토요아키쓰시히메의 아들인 아메노호노아카리, 고노 신사의 주 제신인 히코호아카리, 그리고 오나무치의 아들로서 폭풍을 일으키는 하리마의 호아카리를 나란히 읽음으로써, 같은 신명이 중앙 신화·씨족 조상신·지역 풍토기 사이를 이동하며 각지의 토지 기억을 짊어져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리마의 호아카리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의 신이라기보다, 땅의 이름을 거칠게 낳는 어자신(御子神)이다. 『하리마국 풍토기』 시카마군에서 호아카리는 오나무치노 미코토의 아들[3]로 이야기된다. 성정이 너무 강하여 아버지를 괴롭게 할 정도였기에, 오나무치는 이다테노카미야마[3]에 이르러 물을 길어오게 한 틈을 타 배를 띄운다. 물을 가지고 돌아온 호아카리는 아버지가 자신을 버려두고 떠났음을 알고 분노로 풍랑을 일으켰다.
이 버림받는 장면에서 '물을 길으러 간다'는 온건한 심부름은 부자의 단절을 숨기는 책략이 된다. 산에서 물을 얻는 것, 바다로 배를 띄우는 것, 돌아온 아들이 해상의 아버지를 발견하는 것이 하나로 이어지며, 호아카리의 분노는 산과 바다를 넘나드는 힘으로 분출된다. 풍토기의 지명 설화에서 신의 감정은 내면에 머물지 않는다. 분노는 날씨가 되고 파도가 되어 배를 부수는 물리적인 사건이 되어, 훗날 땅의 이름을 준비한다.
이 장면의 힘은 부모와 자식의 다툼이 단순한 일화로 끝나지 않는 데 있다. 호아카리의 분노는 해상의 폭풍이 되어 오나무치의 배를 부수고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배가 부서지고 싣고 있던 물건들이 흩어지자, 그것들은 히메지 주변의 언덕 이름으로 바뀐다. 배가 떨어진 곳은 후나오카(船丘), 파도가 인 곳은 나미오카(波丘), 거문고는 고토가미오카(琴神丘), 상자는 하코오카(箱丘), 키는 미카타오카(箕形丘), 항아리는 미카오카(甕丘), 벼는 이나무레오카(稲牟礼丘), 투구는 가부토오카(冑丘)가 되는 식으로, 거칠어진 바다의 한순간이 지명의 연쇄로 고정된다. 물건이 떨어졌기에 이름이 생겨났다는 단순한 구조의 반복이 오히려 고대의 토지 기억의 강렬함을 전한다.
그중에서도 누에가 떨어진 히메미치오카[3]는 히메야마, 나아가 히메지라는 이름으로 이어지는 장소로서 묵직하다. 히메지성이 세워진 히메야마는 후세에 성곽과 정치 도시의 중심지로 알려지지만, 풍토기적인 상상력 속에서는 우선 배에서 떨어진 누에의 기억을 띤 언덕이다. 단고의 히코호아카리가 양잠을 널리 알린 신으로 전해지는 반면, 하리마의 호아카리는 배에서 떨어진 누에로 인해 히메미치오카를 낳는다. 두 전승 모두 호아카리와 누에, 토지, 개척의 기억이 다른 형태로 남아 있다.
열네 언덕의 연쇄는 호아카리를 단순한 폭풍우 신으로 놔두지 않는다. 분노에 의해 배는 부서지지만 그 파편이나 짐은 무질서하게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덕의 이름으로서 배치된다. 거문고, 상자, 키, 항아리, 벼, 투구, 밧줄, 사슴, 개, 누에라는 생활·제사·군장·동물품들이 땅으로 가라앉아 히메지 주변의 경관을 읽는 기호가 된다. 품목이 세세하게 열거될수록 이야기는 신화이면서도 독자의 눈을 실제 언덕과 길로 향하게 하는 지지(地誌)에 가까워진다. 난폭한 어자신의 행위는 파괴임과 동시에 땅에 의미를 새기는 창생이기도 하다.
이 난폭한 아라미코는 질서를 온화하게 내려주는 신이 아니다. 버림받은 분노, 아버지를 거역하는 반발, 배를 부수는 풍랑에 의해 땅에 이름을 새긴다. 그러므로 하리마의 호아카리는 파괴신이라기보다 감정의 폭발이 지형과 기억을 낳는 신이다. 천손 계보의 호아카리가 하늘의 빛을 띤다면, 하리마의 호아카리는 그 빛이 지상에서 거칠어져 언덕과 지명에 아로새겨진 모습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