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들림은 길손이나 산길을 걷는 이에게 아귀가 들러붙어, 별안간 참을 수 없는 공복감과 탈력에 휩싸이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종종 다리에 힘이 풀려 한 발짝도 못 나간다고 전한다. 입에 음식을 아주 조금만 넣어도 풀린다고 하며, 지역에 따라 쌀 한 톨이면 충분하다고도 한다. 불교의 아귀관과 길에서 굶어 죽은 자의 원혼관이 뒤섞인 들림 현상으로, 일본 각지에 유사례가 전한다.
민화・전승
가나가와현의 어느 고개에서는 전투 중 아사한 병사의 넋이 아귀가 되어, 넘나드는 이에게 갑작스러운 허기를 일으킨다 하여 제물을 바치고 지나가는 풍습이 있었다. 와카야마 북부에서는 쌀 한 톨만 입에 넣어도 떨어지고, 도시락 한 입을 산중에 뿌리면 화를 면한다 전한다. 고치현 도사시미즈에는 도시락을 한 입 남기는 ‘아귀밥’의 습속이 있고, 니가타에서는 증상자에게 죽이나 된장국 같은 가벼운 음식을 먹인다. 서일본의 히다루가미, 이소가키, 지키토리, 나에가쓰쿠 등과 같은 부류의 전승이 곳곳에 남아 있다.
고갯길이나 산중에서 만난다고 전해지는 전형적 아귀들림의 상. 배경에는 전쟁터와 행려사로 굶어 죽은 자들의 영이 있다고 이해되었고, 나그네는 소량의 음식을 지녀 고개를 넘기 전에 바쳐 화를 피했다. 발현은 돌연하며 격심한 공복감, 팔다리에 힘이 풀림, 발이 앞으로 나가지 않는 호소가 중심이고, 종종 그늘이나 바람 통하는 곳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대처는 간단하여 쌀 한 톨, 소금기 있는 주먹밥 조각, 포의 끝을 입에 머금는 것만으로도 들림이 풀린다고 했다. 예방으로는 도시락 한 입을 산신이나 행려사의 영에게 뿌리거나 길가의 지장에게 올리는 풍습이 전해진다. 무거운 음식을 갑자기 먹는 것은 피하고 죽이나 잡탕죽으로 위를 달래는 것이 좋다고도 한다. 바닷가에서는 이소아귀, 분지나 농촌에서는 히다루가미, 시코쿠에서는 지키토리 등 명칭은 달라도 증상과 대처는 거의 같으며, 지역의 사자 위령과 노변 공양 실천과 밀접히 결부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