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와 비슷한 식물인 바쇼의 잎에 깃든 정령, 혹은 늙은 바쇼의 기운이 사람 형상을 취한 것으로 여겨지는 괴이. 도리야마 세키엔의 ‘금석백귀습유’에 도상이 있고, 주석에는 중국 설화와 노·요곡 ‘바쇼’가 언급된다. 미녀로 변해 승려를 시험하거나 밤길에서 행인을 놀라게 하는 유형이 널리 전하나, 직접적 피해는 적다는 전승도 많다.
민화・전승
수필 ‘중릉만록’에는 류큐의 바쇼 밭에서 심야에 이형을 만났다는 이야기와, 칼날을 지니면 피할 수 있다는 전승이 실려 있다. 또 여성이 해가 진 뒤 바쇼 숲을 지나면 미남이나 괴이와 마주쳐 잉태한다는 금기도 전한다. 신슈에서는 밤늦게 독서하던 승려를 미녀가 유혹해 단도로 베었더니, 이튿날 아침 마당의 바쇼가 베어져 있었고 이를 초목의 정이 변한 것으로 해석했다. 노 ‘바쇼’는 중국 설화를 바탕으로 하여 초목도 성불하는가를 묻는 구성을 보인다.
도리야마 세키엔 『금석백귀습유』에 보이는 파초정의 이미지에 근거한 정리. 파초는 큰 잎이 무성하여 풍우에 울리는 소리와 그림자가 괴이로 해석되었고, 노숙한 그루에 기운이 깃든다는 관념이 배경에 있다. 미녀로 변하여 승속의 마음을 교란하고 초목도 성불 가능한가를 따지며, 응대에 따라 자취를 감춘다. 류큐의 파초원에서의 조우담, 날붙이를 지니면 피한다는 회피법, 신슈의 ‘베어도 다음 날 아침 파초에 상흔이 남아 있었다’ 형의 변화담을 포함한다. 직접적 가해성은 일정치 않으며, 놀람과 혼란을 경계로 삼는 예가 많다. 무대는 사찰의 뜰, 파초원, 저택 정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