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요히메는 기이국 도조지에 전해지는 안친 기요히메 전설의 뱀 여인이다. 구마노 참배를 가던 승려 안친을 사랑하여, 약속을 어겼다고 생각하자 히다카가와 강을 넘어 쫓아가 뱀의 몸으로 변해 도조지의 종에 숨은 안친을 태워 죽였다. 도조지는 이 이야기가 엔초 6년(928)의 사건이라고 전하며, 11세기의 『법화험기(法華験記)』에 기록되고 훗날 노(能), 닌교조루리, 가부키의 '도조지모노'로 퍼졌다고 설명한다[1][2]. 오래된 설화에서는 여인의 이름이 정해져 있지 않았으나, 후대의 사찰 연기, 에토키(그림 풀이), 무대 예능을 통해 '기요히메'로 정착되었다. 요괴로서의 기요히메는 뱀 신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연모가 질투와 집착에 불타 뱀의 몸으로 변한 경계적 존재이며, 한냐(般若)나 하시히메(橋姫)와 마찬가지로 여인의 원한이 얼굴과 신체, 불을 얻어 나타나는 대표적인 귀녀(鬼女)이다.
민화・전승
이야기의 핵심은 구마노 참배 도중 숙소를 빌린 안친과 숙소의 딸(또는 쇼지(庄司)의 딸) 사이의 약속 어김에 있다. 딸은 안친을 남편으로 믿을 만큼 사모하지만, 안친은 재방문을 피하여 도망친다. 추적은 인간의 달리기에서 이류(異類)의 변화로 옮겨가고, 히다카가와 강에서는 뱃사공이 배를 내주지 않자 여인은 분노한 채 강으로 뛰어들어 뱀의 몸이 되어 물을 건넌다. 도조지로 도망친 안친은 종 안에 숨겨지지만, 뱀 여인은 종에 감겨들어 엄청난 열기로 종째 태워버린다[1].
이 전설에서 중요한 것은 기요히메가 처음부터 괴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깨어진 약속, 연모, 수치심, 질투, 종교인에 대한 불신이 단숨에 겹치면서 인간 여성이 뱀으로 변한다. 그렇기에 기요히메는 야마타노오로치 같은 원초적인 거대한 뱀 괴물이 아니라, 한냐의 가면이 나타내는 '분노와 슬픔의 동거'에 가깝다. 한냐가 얼굴의 변화, 하시히메가 물가와 다리의 경계, 기요히메가 뱀의 몸과 종을 담당한다고 생각하면, 일본의 귀녀담 속에서 각각의 역할이 보인다[3].
도조지의 전승은 사찰 연기로서 이야기될 뿐만 아니라, 에토키(그림 풀이)와 예능을 통해 여러 번 재연되었다. 노(能) 『도조지』에서는 여인금제인 종 공양 자리에 시라뵤시가 나타나, 춤을 추며 종으로 다가가 종 속으로 뛰어든다. 이윽고 종 속에서 뱀의 몸을 한 귀녀가 나타나고, 승려들의 기도로 진압된다. 여기서는 안친 기요히메의 과거담이 무대 위 현재의 괴이로 재기동한다[3].
근세에는 닌교조루리, 가부키, 무용으로 전개되어 '무스메 도조지'를 비롯한 도조지모노가 거대한 계보를 형성했다. 도조지 공식 사이트도 안친 기요히메 전설이 노가쿠, 닌교조루리, 가부키 등에 도입되었다고 정리하고 있다[2]. 기요히메는 단순한 '질투 많은 여인'의 교훈이 아니라, 사원의 유래, 구마노 참배로, 종 공양, 무대 예능, 뱀 신앙을 연결하는 강력한 결절점이다.
이 판본은 도조지 전설 중에서도 '기요히메'라는 인물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녀는 단순한 뱀 괴물이 아니다. 사랑을 고백한 여자, 도망침을 당한 여자, 강을 넘는 여자, 종을 태우는 뱀 여인이라는 네 가지 층이 겹쳐 있다. 도조지에서는 이야기를 두루마리 그림의 에토키(그림 풀이)로 전하고, 노(能) 『도조지』에서는 후일담의 시라뵤시가 종 밑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뱀의 몸을 한 귀녀로 나타난다[4][3]. 즉 기요히메의 무서움은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 끝나지 않고, 예능의 자리에서 몇 번이나 현재화된다는 데에 있다.
요괴 분류상 기요히메는 '뱀 여인'인 동시에 '한냐가 되어가는 여인'이기도 하다. 한냐가 가면에 새긴 분노와 슬픔, 하시히메가 다리와 강에 깃들게 한 질투, 야마타노오로치가 신화적으로 보여준 뱀의 재액성을, 기요히메는 한 인간의 신체에 모으고 있다. 사찰의 종은 안전한 은신처여야 하지만 기요히메의 집념에 닿으면 도망칠 곳이 아니라 화로가 된다. 여기에 도조지 전설의 상징성이 있다. 불법의 절, 구마노 참배의 길, 히다카가와 강의 물, 종의 금속음, 여인의 불이 한 점에서 부딪쳐 연애담이 요괴담으로 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