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샤구지(御左口神)는 스와 지방을 중심으로 전해지는 토착신이자 요리시로(依代, 신령이 깃드는 매개체)의 신이다. 인격을 가진 단일 신이라기보다는 돌, 나무, 기둥, 경계, 토지 그 자체에 강림하는 신령으로 이야기되며, 스와 타이샤 가미샤(諏訪大社 上社)의 제사와 모리야(守矢) 가문의 신사(神事) 체계와 깊이 결부되어 왔다. 타케미나카타노카미(建御名方神)를 중심으로 하는 스와 명신 신앙 이면에는 이러한 미샤구지 신앙을 고층(古層)으로 보는 연구가 있으며, 미샤구지는 '스와 신앙의 기저에 가라앉은 신'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1][2].
민화・전승
미샤구지의 특징은 고정된 모습을 가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뱀, 석신(石神), 사에노카미(塞神), 수목신 등으로 설명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특정한 형상 없이 요리시로에 '강림하는' 신으로 이해하는 편이 적절하다. 근대 민속학에서는 석신, 샤구지, 사구지, 사에노카미 등의 명칭군과의 관계가 논의되었으며, 야나기타 구니오의 『석신문답(石神問答)』 이래로 돌이나 경계에 깃드는 신령을 둘러싼 논의 속에서 다루어져 왔다[3]. 한편, 스와 타이샤가 공식적으로 설명하는 스와 신앙은 스와 명신, 온바시라(御柱), 가미샤와 시모샤(下社)의 제사 구조를 축으로 삼고 있으며, 미샤구지는 그 표면에 드러난 주 제신(主祭神)이 아니라 스와의 토지, 제사, 모리야 가문의 기억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고층의 신이다[4][5].
미샤구지를 '요괴'로서 다룬다면 무서운 괴물이라기보다 신과 요괴의 경계에 있는 존재로 읽어야 한다. 사람을 습격하거나 둔갑하거나 밤길에 나타나는 식의 이야기 유형이 아니라, 돌, 나무, 기둥, 토지의 영력이 제사를 통해 소환되는 데에 본질이 있다. 스와에서는 타케미나카타노카미(建御名方神), 모리야노카미(洩矢神), 모리야(守矢) 가문, 온바시라 마쓰리(御柱祭)가 복잡하게 겹쳐져, 중앙 신화의 신들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두터운 신앙층이 남아 있다. 미샤구지는 그 층을 읽어내기 위한 열쇠이며, 스와를 '신화의 무대'에서 '토지 그 자체가 신을 품는 장소'로 바꾸어 보여주는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