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바가미(姥尊)는 엣추국 다테야마 산기슭인 아시쿠라지(芦峅寺)의 우바도(姥堂)에 모셔진 늙은 여신이다[1]. 다테야마는 지고쿠다니(지옥계곡)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황과 수증기의 기이한 모습 때문에 '지옥의 산'이라 불리며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고, 동시에 아미타불의 정토를 품은 영산(靈山)으로도 여겨졌다[2]. 근세 이전까지 다테야마는 여인금제(女人禁制) 구역이었으며, 직접 산에 오를 수 없는 여성들을 구원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바로 우바가미 신앙이다[3]. 우바도에는 예순여섯 구의 우바가미 상이 안치되어 있었고, 여성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불상 하나하나에 기도를 올렸다고 전해진다[1]. 염라대왕의 아내 혹은 삼도천(三途の川)의 탈의파(奪衣婆)와 겹쳐지기도 하며, 사후 세계의 경계에 서서 망자를 심판하는 동시에 영혼을 구원하는 양면성을 지닌 노여신으로 묘사되었다[1].
민화・전승
우바가미 신앙의 본질은 '누노바시 간조에(布橋灌頂会)'라는 의사재생(擬死再生, 죽음을 흉내 내어 다시 태어남) 의례에서 잘 드러난다[1]. 가을 피안(秋の彼岸)의 중일(中日), 흰색 수의(死装束)를 입은 여성들이 엔마도(염라당)에 들어가 염라대왕상 앞에서 죄를 참회한 뒤, 눈을 가리고 하얀 천이 깔린 다리를 건넜다[3]. 다리의 이쪽은 '이승'을, 건너편은 '저승'을 뜻했으며, 108장의 널빤지를 깐 다리는 인간의 108번뇌를 의미했다고 한다[3]. 다리를 무사히 건넌 여성은 맞은편 우바도에 들어가 66구의 우바가미 상 앞에서 일심으로 염불을 외웠고, 이를 통해 피연못 지옥(血の池地獄)으로부터의 구원과 정토 왕생을 약속받았다[1].
에도 시대 후기, 가가번(加賀藩)의 비호 아래 아시쿠라지의 승려 무리(오시)들은 다테야마 만다라 그림을 가지고 전국을 돌며 부적을 나누어 주었다. 이들은 그림을 풀어 설명하는 '에토키(絵解き)'를 통해 다테야마가 여성을 구원하는 영지임을 설파했고, 우바가미 신앙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4]. 메이지 5년(1872년) 태정관 포고에 의해 다테야마의 여인금제가 해제되면서 누노바시 간조에도 한때 명맥이 끊겼으나, 헤이세이 8년(1996년) 아시쿠라지 주민들의 노력으로 복원되어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다[3].
우바가미는 단순한 요괴가 아니라, 지옥과 정토가 공존하는 다테야마라는 영산의 구조 자체를 체현하는 신격이다. 다테야마 만다라에서 우바가미는 사이노카와라, 삼도천, 피연못 지옥 등 명계의 도상들 곁에 그려져 있으며, 망자를 심판하는 탈의파로서의 얼굴과 여성을 정토로 이끄는 구원자로서의 얼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1]. 특히 중세 이후 여성은 출산 시 흘리는 피의 부정함 때문에 반드시 피연못 지옥에 떨어진다는 《혈분경(血盆經)》 신앙이 널리 퍼져 있었는데, 그 끔찍한 공포 속에서 우바가미는 여성 신자들에게 유일한 구원자 역할을 했다[1].
아시쿠라지의 우바도에 66구의 불상이 늘어서 있는 것은 과거 일본 전국을 66개 국으로 나누고 각 국가에 하나씩 법화경을 봉납했던 66부 회국 신앙(六十六部廻国信仰)과 통한다고도 일컬어진다. 누노바시 간조에에서 여성이 눈을 가리고 다리를 건너며 어둠 속에서 기도하는 과정은, 이승의 자신을 한 번 죽게 한 뒤 우바가미 앞에서 새롭게 생명을 부여받는 의례적인 죽음과 재생 그 자체이다[3]. 우바가미를 염라대왕의 아내로 여기는 전승은 남편이 망자를 심판하는 지옥의 왕인 반면, 아내인 우바가미는 여성을 구원하는 자비로운 어머니가 되어 상호 보완적인 대립 구도를 이룬다. 이러한 설정은 다테야마의 명계관에 음양의 조화를 부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