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은 류큐 열도의 바다에 산다고 전해지는 인어형 영물이다. 지역에서는 자누나 자노라고도 부른다. 그 바탕에는 실제 해양 포유류인 듀공이 있다고 여겨진다. 듀공은 야에야마에서 아마미까지 신의 사자로 오랫동안 경외받았다. 잔은 아름다운 여자의 상반신과 물고기의 하반신을 지닌 모습으로도 이야기된다. 성품은 온화하며 먼저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어부의 그물에 걸리면 눈물을 흘리며 목숨을 살려 달라고 빌고, 놓아준 사람에게는 바다의 위험을 미리 알려 은혜를 갚는다고 한다. 사나운 괴물이 아니라, 아직 보이지 않는 재난에서 사람이 달아날 시간을 벌어 주는 바다의 수호자다.
민화・전승
이시가키섬 노소코의 한 어부가 그물로 잔을 잡았다고 한다. 잔은 굵은 눈물을 흘리며 살려 달라고 빌었다. 어부가 불쌍히 여겨 바다로 돌려보내자, 잔은 곧 큰 쓰나미가 올 것이니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산으로 피하라고 알려 주었다. 노소코 사람들은 경고를 믿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 살아남았지만, 헛소리라며 믿지 않은 이웃 마을은 파도에 휩쓸렸다고 전한다. 이 이야기는 흔히 1771년 야에야마 대쓰나미와 연결되지만, 전설과 특정 역사 재난의 관계는 신중히 보아야 한다.
류큐에서 듀공을 신의 사자로 신성하게 여긴 믿음은 더 오래된 역사적 바탕을 지닌다. 듀공 고기는 수명을 늘리는 영약으로 여겨졌고, 잡히면 류큐 왕실에 바쳤다고도 한다. 바다는 먹을 것과 길을 내어 주면서도 예고 없이 마을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그 풍요에 대한 감사와 힘에 대한 두려움이, 은혜를 기억하고 바다의 지식을 생명을 구하는 선물로 돌려주는 잔의 모습에서 만난다.
이 모습은 노소코의 한 어부가 그물 속에서 잔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따른다. 인어를 닮은 잔은 눈물을 흘리며 살려 달라고 빈다. 어부가 바다로 놓아주자 잔은 다가오는 쓰나미를 경고하고, 그 말을 믿은 마을 사람들이 산으로 피할 수 있게 한다.
잔은 대체로 듀공이 전승 속에서 바뀐 모습으로 이해된다. 류큐 바다에서 듀공은 오랫동안 신의 사자로 여겨졌다. 얕은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실제 동물이면서도 경외심을 품고 대해야 할 존재였다. 잔은 자신이 예고한 재난을 일으키지 않는다. 사람이 알아차리기 전에 위험을 감지하고, 바다와 육지 사이에서 생명을 지키는 쪽에 선다.
섬의 또 다른 정령 요나타마는 불에 구워진 분노로 큰 파도를 부른다. 잔은 반대 역할을 맡는다. 두 이야기를 함께 보면 바다의 두 얼굴이 드러난다. 해양 생명을 잔인하게 다루면 복수가 돌아오고, 자비를 베풀면 구조로 보답받는다. 잔의 힘은 벌이 아니라 감사에서 나오기에 류큐 바다의 예언자 가운데서도 가장 온화한 존재로 남았다.